[이뉴스투데이 유은주 기자] 누구나 평등한 가격으로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단말기 유통법’(단통법)이 제정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과거 소비자들은 저마다 가진 정보의 불균형으로 같은 날 같은 단말기를 구매했지만 천차만별로 가격을 지급해야 했다. 

단통법은 원론적으로 차별적인 보조금을 규제하고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에 큰 차이가 없도록 했다. 정부가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이른바 단말 ‘가격 평등’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취지였다.

원칙대로라면 단통법을 만든 이후 10년간은 적어도 통신 단말 가격에 대해선 태평성대가 이뤄졌어야 맞다. 

하지만 틀렸다. 실제 단통법 시행 후 10년이 지나도록 실질적인 통신비 경감과 소비자 부담 완화보다는 모두가 비싼 단말기 가격을 부담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통법은 이통사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일부에게 쏠린 혜택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자고 마련됐다. 그러나 실제 통신사의 보조금이 줄어들며 소비자 혜택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단말 가격의 안정화를 꿈꿨지만, 가격은 지속 상승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각 통신사에서 일정한 보조금을 받아 단말 할인을 받는 공시지원금보다 24개월간 하나의 요금제를 사용해 통신비를 매달 25% 할인받는 선택약정에 가입하고 있다. 

혹은 높은 단말 가격을 한 번에 지급하고 추후 알뜰폰 요금제 등을 이용하는 ‘자급제+알뜰폰 요금’ 조합 등을 꿀팁으로 공유하며 통신비 부담을 견디고 있다. 

이 부작용을 놓고 정부와 국회 모두 단통법 폐지가 필요하다고 설파하고 있다. 

문제는 단통법 폐지 후 대책이 있느냐는 것과 지금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대안들로 하여금 실질적인 단말 가격 인하 효과가 있겠냐는 것이다.

정부는 단말기 유통 체계를 변경해 완전 자급제, 절충형 완전 자급제 등을 마련해 이통사는 서비스만 판매하고 제조사는 단말 판매점을 통해 기기를 판매하게 하는 대안도 생각 중이다. 이를 통해 단말 가격과 경쟁을 통한 서비스 가격 인하, 중소 오픈마켓의 활성화 등을 이루겠다는 포부다.

아울러 몇몇 허가를 받은 판매점에서만 서비스와 단말을 함께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도 있다. 앞선 자급제의 완충 버전이다. 그러나 제조사의 판매 인프라 구축 등으로 인한 가격 인상과 불확실한 통신비 가격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단통법을 폐지한 뒤에도 당장에 단말 가격이 인하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시민단체와 제조사, 이통사, 유통사, 학계 전문가 등은 모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단통법을 만들었던 과거 2014년과 이미 시장이 많이 달라졌는데 내놓는 대안들이 현실을 모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학계 전문가는 이통사의 마케팅 경쟁의 완화 현상이 과연 단통법 실행에 따른 것인지 ARPU(서비스 가입자당 평균수익)의 하락 때문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구 감소와 통신 시장 포화 상황에서 가입자가 늘어나는 구조가 아님에도 정부가 경쟁을 유도한다고 기업들이 재원을 많이 쓸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제조사나 통신사 모두 AI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마케팅을 진행할 경우 네트워크, 서비스 등이 축소될 것도 우려했다. 투자에 쓸 재원은 한정적인데 과거처럼 무한 경쟁을 위한 지원금을 많이 내놓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통신업계 전문가도 애플과 삼성의 단말 독점 세태를 짚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단통법이 폐지된다고 단말 가격이 낮아지기 힘들다는 논리다. 

제조사의 경우에도 미국, 중국 기업과 경쟁 상황에서 연구개발의 지속 투자, 원자잿값, 인건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상황이다. 또 제품을 팔아 이익을 취하는 구조로 장려금에 쓸 수 있는 재원에 한계에 있어 완전 자급제 등 대책으로 단말 가격이 인하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완전자급제가 실시되면 유통망이 축소되고 단말 판매도 급감할 우려가 생겨, 매출 하락 등이 우려된다는 입장도 전했다. 

단 하나의 법으로 이용자 보호, 단말기 가격인하, 통신 서비스 인하를 모두 처리하려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견해도 있다.

시민단체 전문가는 단통법은 폐지에 그치는 데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소비자 편익 증진에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당장 정치적 이슈로 급물살에 오른 ‘토픽’으로서의 ‘단통법’이 아니라 실제 소비자의 주머니와 밀접한 ‘통신비’와 ‘단말 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합의점이 필요하다.

과방위가 안팎으로 시끄럽다. 주요한 법안 마련에 심사숙고할 시간도 없는데 여야간 갈등과 정쟁으로 법안 심사나 업무 처리가 늦어진다는 질책도 이어진다. 

단통법 폐지에만 여야 간 합치를 볼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대안 마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더불어 그 협의는 이제 첫발을 뗐다. 이제 막 대안들이 제안돼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모두의 입맛에 맞는 입법안이 마련되기란 어렵겠지만 적어도 세태에 맞지 않는 정책을 추진해 다시금 10년 세월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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