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업계와 지상파 방송이 무료 VOD서비스 제공 여부를 놓고 갈등하고 있다. [사진=언스플래시]
케이블TV업계와 지상파 방송이 무료 VOD서비스 제공 여부를 놓고 갈등하고 있다. [사진=언스플래시]

[이뉴스투데이 유은주 기자] 케이블TV 업계와 지상파 방송 업계 사이에 ‘무료 VOD’ 서비스 제공을 놓고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방송미디어 시장이 OTT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각자 어려운 처지에 있지만 이해관계 차이에 따라 서로 양보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이번 갈등은 케이블TV 업계가 기존 지상파 방송에 돈을 내고 콘텐츠를 구매해 지급해 오던 무료 다시 보기 서비스(SVOD)를 최근 중단하며 시작됐다. 이러자 지상파 방송을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는 콘텐츠 대가 산정을 앞두고 협의없이 서비스를 무단 중단했다는 이유로 ‘위법’을 주장하며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케이블TV 측은 수요가 적고 효율성이 적은 서비스 ‘SVOD’에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갈등의 골은 점차 깊어지는 양상이다.  

9일 방송통신업계에 따르면 LG헬로비전을 비롯한 HCN 등 일부 개별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지난 3일부로 케이블TV에서 ‘가입자 대상 무료 주문형 비디오(SVOD) 서비스’를 중단하고 지상파 드라마 등 기존 방영 3주 후 제공하던 콘텐츠를 서비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SVOD‘는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가 기본 이용료를 낸 대가로 본 방송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VOD 콘텐츠이다. 그동안 케이블TV는 무료 다시보기 서비스를 위해 지상파 방송에 콘텐츠 대가를 지급해 왔다. 이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VOD에 광고를 붙여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반면 한국방송협회 측은 이번 ‘서비스 중단’을 철회하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미 소비자가 비용을 지급한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해 추가 비용을 결제할 부담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이번 행위로 인해 해당 케이블 상품에 가입한 이용자는 기본 이용료를 내고도 기존 무료 SVOD를 사용하지 못하고, VOD를 보려면 유료 월정액 상품에 가입하거나 개별로 구매해야 하는 등 추가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SVOD 중단은 가입자의 시청선택권을 침해하고 추가적인 부담을 유도하는 편법적 영리 행위”라며 “가입자의 피해를 도외시한 불공정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케이블 사업자가 SVOD 서비스를 중단하려면 성실하게 고객 고지 의무를 다해야 하는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번 행위는 사업자간의 신의성실 의무를 위반한 위법행위다. 이에 대한 법적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방송협회에 따르면 케이블TV업계와 지상파 방송사는 지난 2021년 콘텐츠 공급 계약이 종료된 이후 새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지상파 방송사는 장기간 미계약 상태에도 케이블 이용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분쟁을 막기 위해 콘텐츠를 지속 공급하며 협상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고의적으로 지상파에 1년 이상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고 콘텐츠를 사용하고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SVOD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규제 기관에 위법 행위에 대한 조사와 조치를 촉구한 뒤 시정되지 않는다면 콘텐츠 공급 계약 지속 여부와 함께 위법 행위에 대한 즉각 법적 행위에 돌입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케이블TV 측도 곧장 반박 입장을 냈다. 서비스 중단 근거로는 이미 OTT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다시 보기 서비스가 가능한데 굳이 서비스를 이중화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주요 골자로 했다. 수요 없는 공급이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무료 VOD가 시청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서비스 종료로 보다 확실해졌다”며 “시청자 고지를 한 달간 했고 서비스 종료 시점에 임박해서는 자막 고지도 했지만 관련 문의가 거의 없는 상태”라며 “이미 여러 플랫폼에 노출되고 홀드백도 3주나 지난 콘텐츠를 볼 시청자가 없다는 것이 자연스레 입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케이블 업계 관계자도 “지상파 무료 VOD서비스는 이용약관 상 시청자 고지 대상도 아니지만 케이블은 지난 한 달간 시청자 고지, 자막 등을 활용해 관련 서비스 변경 전달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지상파 무료 VOD서비스가 시장에서 외면받는 것도 이유지만 더 큰 문제는 케이블이 효용성이 급락한 서비스를 위해 비용을 지불할 정도로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콘텐츠 지불료가 2022년 기준 수신료 대비 86.7%에 달할 만큼 감내할 수준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의 방송산업은 최근 몇 년간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뤘으나 실제 방송산업에 대한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방송사들의 실적이 급속히 악화되며 비상경영을 선포한 데다 TV 시청률은 지속적으로 줄어들며 방송광고 시장은 규모 축소, 경기 침체 등으로 수익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방송산업 매출은 10년만에 처음 감소했다. 6월 지상파, 유료방송, 방송채널사업자(PP)등 361개 방송사업자가 포함된 ‘2023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서는 전체 방송사업 매출은 전년대비 4.6%로 감소한 규모인 18조9000억원에 달했다. 지상파는 2022년 대비 10.2% 감소하며 가장 큰폭으로 감소했으며, IPTV를 제외하고 홈쇼핑 PP, 일반PP, 콘텐츠 제공업체(CP)도 모두 감소세에 들어섰다.  

방송광고 매출 역시 전년대비 19% 감소한 2조5000억원 수준. 이는 지난 10년간 최저치에 달해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 업계 모두 어려운 실정이다.   

또 다른 방송업계 관계자는 “방송시장은 OTT 등 새로운 IT 미디어가 확산되며 새로운 콘텐츠 대가 산정을 통한 동반 상생이 살 길”이라며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경우 수신료 매출의 97%까지 콘텐츠 사업자에 지급하는 등 지금 방식으로는 사업의 유지가 불가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미디어 환경 변화로 방송 시장 재원이 축소됨에 따라 사업자 간 분쟁이 증가하는 현재의 콘텐츠 대가 산정 방식으로는 유료방송과 콘텐츠 시장의 동반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방송 업계 관계자도 이번 사태에 대해 “LG헬로비전 뿐 아니라 7개사가 서비스 중단에 나선 것인데 LG헬로비전만을 타깃팅한 것도 비열한 공격으로 보인다”며 “성명서에 언급한 피해 확산이라는 근거를 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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