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에서 최은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11일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에서 최은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희귀질환자들이 국내에서 허용되는 의약품의 부작용이 심해도 다른 대안이 없다는 진단과 함께 미등재 희귀의약품 처방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에서 ‘한국 중증·희귀질환 치료 접근성 현주소’로 발제한 최은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이 같이 밝혔다.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의미한다.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정한 질환으로 질병관리청장이 공고한 질환이다. 국내 유병 인구가 200명 이하인 경우에는 ‘극희귀질환’으로 분류된다.

최 연구위원은 희귀질환의 특성으로 ‘진단의 어려움에 따른 시간 소요’를 꼽았다. 그는 “발병 후 회복이 어렵고 장기적 치료와 관리를 필요로 한다”며 “의료비 지원이 강화됐으나 지속적 미충족 요구가 발생하며, 자원에 제한돼 의료접근성의 형평성 문제가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의약품 사용의 문제점으로 ‘접근성’을 지목하며 “치료제가 없는 가운데 국내 허용되는 의약품도 부작용이 심해도 다른 대안이 없다”면서 “외국에서 허가받아 판매 중인 신약도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어 의약품의 선택지가 매우 적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물리적으로 구매하러 가기에는 너무 멀며, 효과적인 의약품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며 “환우회를 통해 새로운 약이 있다는 정보를 듣는 정도에 그칠 뿐이며, 필요한 약도 마약류로 지정돼 수입조차 할 수 없어 가족과 공단·의료기관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결방안으로는 ‘급여화 확대를 통한 형평성 제고’를 제시했다. 최 연구위원은 “희귀질환 산정특례 대상자 중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자의 확대가 필요하다”며 “고가급여 항목 확대로 편중이 심화된바 많은 대상자에게 필요 혜택을 지원할 수 있도록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 현장. [사진=이승준 기자]
11일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 현장. [사진=이승준 기자]

환자들 사이에서도 급여화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간질성 폐질환을 가졌다고 소개한 이동욱씨는 “올해 폐기능이 계속 떨어지자 주치의가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오페브’를 권했다”면서도 “오페브는 용량에 따라 월 150~300만원의 약값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혈액암협회에서 시행하는 환자 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일부 환급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게는 큰 부담이고, 개수 제한이 있어 평생 지원받을 수도 없다”며 “아내는 기약 없는 간호와 약값 부담으로 눈물만 흘리고 있다”고 희귀질환자의 현실을 전했다.

오페브의 급여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폐 기능은 손상 후 회복이 불가하므로 오페브 급여화는 생명과 직결된 아주 중대한 문제”라며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의료보험료를 납부해 왔는데 정작 도움이 절실할 때 급여화가 안 되는 현실이 너무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10년간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을 앓아 온 김갑배씨도 “기존에 나와 있는 약을 먹어봤는데도 증상에 큰 차도는 없었다”며 “그러다 지난해부터 심장이 더 두꺼워지면서 증상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해졌으며, 이런 상태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그러던 중 주치의가 ‘캄지오스’라는 신약이 나왔다고 알려줬는데 비급여라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월 2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부담스러웠다”며 “복용 후 일주일 만에 증상이 사라졌지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환자들은 사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유일한 치료제로 알려진 캄지오스가 아직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환자들 사이에서는 비용 때문에 치료를 미루고 있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며 “캄지오스가 하루빨리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다른 환자들도 정상적인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11일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에서 유승래 동덕여대 약학대학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11일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에서 유승래 동덕여대 약학대학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환자의 신약 접근성과 건보재정 효율화를 위한 신약의 치료군별 약품비 지출 현황 분석’을 주제로 발표한 유승래 동덕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재정분석에 신약 접근성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일환으로 선별급여제도, 위험분담제 및 경제성 평가 면제 제도 등을 언급했다.

유 교수는 “환자의 주요 사망원인 질환 등 질병부담 상황을 파악하고, 치료군 단위 약품비 분석을 통해 질병부담이 높은 치료군에서의 국내외 신약 지출현황 비교가 필요하다”며 “선별급여제도 확대, 위험분담제 및 경제성평가 면제 제도 확대 등이 반영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도 중증·난치질환에 대한 비급여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암·희귀난치질환 등 4대 중증질환과 환자 1인당 중증·고액진료비 질환의 보장률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치료제 적기 도입을 통해 중증·난치질환에 대한 비급여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급여화에 치료 보장성 강화 우선순위가 반영돼야 한다고도 봤다. 그는 “주요국들과의 신약 지출비중의 격차를 감안해 환자 질병부담이 큰 질환은 혁신신약의 급여화를 포함한 치료보장성 강화 우선순위의 반영이 필요하다”며 “경제성평가 면제 등 제도 확산도 요구된다”고 꼽았다.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의 신약 지출 비중이 낮다고도 지적했다. 유 교수는 “외국의 총 약품비 대비 신약 지출 비중과 비교해 A8 국가 평균은 38%, OECD 국가 평균은 33.9%인 반면 우리나라는 10% 중반에 불과했다”며 “OECD 26개국 중에서도 비중이 가장 낮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 등재된 신약 약제수도 267개로 글로벌 시판돼 OECD 국가에 약품비 지출내역이 확인되는 신약 약제수 639개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며 “각 질환별 진료별 필요도와 환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 다양한 세부효능군 및 약물계열의 신약 확보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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