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이 12일 여의도 FKI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노해리 기자]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이 12일 여의도 FKI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노해리 기자]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아무리 풀액셀로 가속해도 브레이크를 살짝만 밟아도 자동차는 서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의 대부분은 휴먼 에러(Human Error, 페달 오조작)임을 인정하고 이에 방지하는 운전자 교육 등에 힘쓰는 게 낫습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해 “급발진 원인이 차체 오류일 가능성은 상당 부분 0%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은 운전자 페달 오조작으로, 오조작 방지 장치 기술 개발이나 운전자 교육이 시급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12일 오전 10시 여의도 FKI콘퍼런스센터 3층 다이아몬드 룸에서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를 언론인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었다.

강남훈 KAMA 회장은 인사말에서 “의도치 않은 급가속 현상이 인명사고로 이어져 사회적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이에 따라 국민들의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설명회가 제동장치의 작동 원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사고기록장치와 교통사고 조사절차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 인식 개선 활동이 되어 향후 급발진 의심 사고 예방에 더욱 힘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영석 원주한라대학교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KAMA]
최영석 원주한라대학교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KAMA]

이어 진행된 설명회 첫 주제발표로 최영석 원주한라대학교 교수가 자동차에 탑재된 ‘사고기록장치(EDR)’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최영석 교수는 “사고기록장치(EDR)는 교통사고를 분석하는 주요 도구로서, 해외 및 국내에서 사고기록장치에 대한 신뢰성은 수만건 이상의 사고 분석의 결과를 통해 검증됐다”며 “최근 EDR 데이터 분석도를 높이기 위해 저장하는 데이터 항목을 추가하는 기준 개정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신 차량은 각종 제어 장치로 인해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운전자 오조작 가능성이 높아져, 이를 방지하기 위한 오조작 방지 장치 기술 개발 혹은 운전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가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노해리 기자]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가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노해리 기자]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브레이크 시스템’ 주제발표를 통해 제동장치와 액셀레이터 관련 오해를 명확히 했다. 이호근 교수는 “자동차의 제동력은 차량 중량 및 속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보다 더 크게 설계되어 있으며,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능을 통해 제동 신호와 가속 신호를 동시에 보낼 때, 제동 신호를 우선하게 되어 있다.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자동차는 무조건 속도가 감소 및 정차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급발진 사고에서 차체 결함의 가능성이 있을 수는 있으나, 극히 드물다. 99% 이상 페달 오조작이 맞다”며 “인력과 품을 들여 급발진을 분석할 시간에 페달 오조작을 방지하는 장치나, 고위험군(고령) 운전자의 운전 미숙 관련 정책이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지 대전보건대학교 교수는 ‘급발진 의심사고 분석절차’를 실제 사례와 함께 보여주며 대체로 운전자의 시스템 오조작인 점을 짚었다.

박 교수는 급발진 의심 사고 시 나타나는 흔적 및 육안검사 등 분석 기법을 소개하며 “급발진 의심 현상은 가속케이블 고착, 플로어매트 간섭, 엔진오일의 흡기 유입 등의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운전 경력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으며, 대부분은 휴먼 에러(Human Error)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설명회 전경. [사진=KAMA]
설명회 전경. [사진=KAMA]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조민제 연구관도 ‘경찰청의 공학적 교통사고 조사 및 사례’를 주제로 발표하며 국내 급발진 사고 관련 프로세스의 정확성에 대해 언급했다.

조민제 연구관은 “경찰청은 2017년부터 ‘교통사고 공학분석’이라는 업무 프로세스를 교통사고 조사·분석에 도입했고, 경찰에 접수된 사건을 중심으로 사고기록장치(EDR) 분석과 차량 충돌 시뮬레이션 분석, 영상분석, 거짓말 탐지기 분석을 시행해교통사고의 실체적 원인을 밝혀내고 있다”며 “모든 교통사고는 경찰로 접수되고 해당 사건 중, 급발진 등 사회적 이슈가 있거나 대형 사고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도로교통공단으로 이관되어 더욱 정밀한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며 설명하며, 앞서 발표한 연사들의 주장 근거를 확실히 뒷받침했다.

KAMA 및 KAIDA 등 자동차 업계는 국민이 불안감을 해소하고 더욱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운전자 실수 방지 목적의 페달오조작 방지장치, 비상자동제동장치 등 신기술을 개발해 신속히 적용하고 있다. 오는 11월 국제기준 제정을 목표로 논의 중인 페달오조작 방지장치를 소형 전기차에 미리 선 적용해 출시하며, 비상자동제동장치의 경우 현재 승용·승합·화물 등 모든 자동차에 설치가 의무화했다. 이 외에도 감지 대상을 차량뿐 아니라 보행자, 자전거 등도 감지할 수 있는 기능으로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2022년까지 13년간 급발진 의심 사고 신고 건수는 766건이나,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지난 7월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를 수사해온 경찰은 사고의 원인에 대해 지난달 “급발진이 아닌 가해 운전자 차모씨의 운전조작 미숙”이라고 1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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