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영풍·MBK 파트너스의 공개매수 가격이 83만원으로 다시 수정되고 최소수량도 삭제돼 사실상 주도권 전쟁 장기화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 파트너스는 4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마감을 앞두고 가격을 83만원으로 전격인상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은 최소매수수량 조건을 삭제하는 승부수를 던져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공개매입에 맞불을 놨다.

이에 따르면 영풍과 MBK 측은 공개매수 거래일 마지막날 한 차례 더 공개매수 가격과 조건을 변경하고 공개매수 마감일을 10일 늦췄다.

공개매수 가격은 기존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10.7% 추가 인상했으며 발행주식총수의 약 7%였던 최소 매수 수량을 전격적으로 삭제했다.

이들은 1대 주주로서 청약 물량이 최대매수 수량 목표치(발행주식총수의 약 14.6%)에 미치지 않더라도 응모 주식을 모두 사들여 최대 주주인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의 훼손된 기업 거버넌스를 바로 잡겠다고 설명했다.

◇ 추가 가격 수정···훼손된 기업 거버넌스 바로잡겠다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은 “위법성이 다분한 최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로 인해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MBK 파트너스와 영풍의 정당한 공개매수가 방해를 받았다”며 “시장에서 최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 등 법적리스크가 많고 회사 및 남은 주주들에게 재무적 피해를 끼친다는 점이 충분히 인식, 이해되기 위해선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건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또 “이전 주당 75만원도 충분한 프리미엄으로 인식됐으나 주당 83만원과는 아무래도 가격 차이가 있는 바 가격을 맞춤으로써 기존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했다”며 “무엇보다 1주가 들어오든, 300만주가 들어오든 모두 사들여서 반드시 고려아연의 기업 지배구조를 바로 세우고 심각하게 훼손된 기업가치, 주주가치를 회복시키겠다”고 밝혔다.

MBK와 영풍은 이날 오후 금융감독원에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한 정정 신고서를 제출했다. 가격과 조건이 변경된 만큼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간은 오는 14일까지 10일 더 연장된다.

특히 이를 통해 영풍과 MBK 측은 최대 발행주식총수의 약 14.6%에 해당하는 302만4881주를 사들일 계획이다. 청약 주식 수가 최대 매수 수량 미만일 경우에도 응모한 주식 전량을 매수하며 최대 매수 수량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최대 매수 수량만큼만 안분비례해 매수할 예정이다.

영풍·MBK 측이 가격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제시한 자사주 매입 가격과 동일하게 맞춤으로 인해 주주들로서는 선택권을 확대하게 됐다. 사실상 가격이 동일해진 만큼 주주들로서는 수량에 맞춰 매도 전략을 수립할 경우 상당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로 인해 최 회장 측의 가격 승부수가 무산된 상황이다.

이처럼 영풍과 MBK 측이 가격 수정에 나선 것은 마감날인 4일 주가 변동 폭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4일 장 초반부터 주가가 75만원을 넘어서면서 최 회장 측의 자사주 매입 메시지가 주주들의 손바뀜을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이후 거래분은 공개매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했다는 건 주주로서는 자사주 매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영풍과 MBK 측은 가격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조건을 수정했다는 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로 인해 고려아연 주가는 4일 종가 기준 77만6000으로 마감됐다.

◇ 가격 격차 무산···최 회장 추가 인상 여부가 관건

이처럼 영풍과 MBK 측이 가격을 수정하면서 일각에서는 최 회장 측도 자사주 매입 가격을 상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에 회사가 보유한 현금 등을 활용한 자기자금 1조5000억원과 차입금 1조1635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메리츠증권을 대상으로 발행하기로한 1조원 규모의 회사채와 4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이 여유분으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MBK 측은 자기자금 1조5000억원에 이미 포함된 금액이라면 확대해석에 대해 경계심을 내비치고 있다.

다만 양측 모두 사실상 '쩐의 전쟁'에 돌입하면서 고려아연 주가가 분쟁 직전 대비 대략 49% 가량 폭증하면서 후유증도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공개매수가 마감되면 주가가 공개매수가 직전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소액주주들에게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양측 모두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싸움이지만 폭증한 가격으로 인해 자칫 영풍과 고려아연 모두 상당한 재정건전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영풍과 MBK 측이 최소수량 조건을 삭제하면서 사실상 조건없는 지분 경쟁에 돌입한 셈이 됐다. 가격이 동일해진 만큼 향후 각각 추가 인상분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위해 양측의 차입금도 대폭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가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한편 최 회장은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이날부터 주당 83만원으로 최대 372만6591주918%) 공개매수에 돌입했다.

최 회장 측은 오는 23일까지 진행되고 영풍과 MBK 측은 오는 14일까지다. 최대 공개매수 목표 수량은 최 회장 측이 18%(고려아연 15.5%, 베인캐피탈 2.5%), MBK와 영풍이 14.6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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