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센터의 전광판에 주요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주요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정성화 기자]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가상화폐거래소는 오는 9월까지 은행과 제휴해,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하지만 제휴의 득과 실을 따져본 은행들이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꺼리면서 가상화폐거래소들은 당장 비상이 걸렸다. 특금법 유예기간이 3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주요 거래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가상화폐 거래소가 폐쇄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가상화폐거래소 제휴 외면하는 은행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BNK부산은행은 가상화폐거래소와의 실명인증 부문 제휴를 검토한 후  제휴치 않는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부산은행은 복수의 거래소와 실명인증 제휴 논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수료 이익에 대한 기대에도 자금세탁 등 예상치 못한 사고 발생시 위험 부담이 커 결국 제휴를 포기했다.

지난 9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은행업 인가를 받고 국내 제3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9월 본격 출범하는 토스뱅크 역시 가상화폐거래소와의 제휴에 선을 그었다.

은행업 인가 결정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가상화폐거래소와의 제휴관련 "구체적 검토나 준비하는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KB국민·하나·우리·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 역시 향후에도 가상화폐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제휴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거래소 제휴 '득보다 실' 많다고 판단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맺고 있는 은행은 3곳이다. NH농협은행은 빗썸과 코인원, 케이뱅크는 업비트, 신한은행은 코핏과 제휴를 맺고 있다.

특금법에 따라 가상화폐거래소는 특금법 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를 마쳐야 한다. 신고를 하려면 은행의 실명 입출금 계좌 확보, 정보보호체계관리(ISMS) 인증 획득 등 요건을 갖춰야 한다. 실제 특금법 유예 기한이 3달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신고를 마친 거래소는 전무한 상황이다.

때문에 중소 가상화폐거래소들은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기 위한 준비에 치중해 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은행들이 잇따라 외면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은행들 입장에선 가상화폐거래소와의 제휴를 통해 얻게되는 이익이 분명히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지난 1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 인증 계좌연동 서비스 제공 은행의 입·출금액 추이와 수수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가상자산 거래를 통한 은행권의 입출금액 규모는 64조원이 넘었다.

특히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케이뱅크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 자금이 크게 몰리면서 5월말 기준 12조9600억원에 달하는 수신잔액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수신잔액 1조8500억원에서 6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수수료수입도 쏠쏠한 편이다. 은행들은 가상화폐거래소에서 발생하는 거래 1건당 약 0.5~1%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올해 1분기 케이뱅크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로부터 받은 수수료만 약 50억원, 농협은행이 빗썸으로부터 거둬들인 수수료는 13억원, 코인원으로부터 받은 수수료도 3억3300만원이었다. 신한은행이 코빗으로부터 받은 수수료는 1억4500만원으로, 지난해 1600만원에서 10배 가까이 늘었다.

이처럼 가상화폐 투자 열풍을 타고 은행들은 수신고와 수수료 수입을 확대할 수 있고 가상화폐에 주로 투자하는 20·30세대 고객도 확보할 수 있어 은행입장에선 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가상화폐거래소와의 제휴를 통한 이같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제휴에 머뭇거리게 되는 데는 자금세탁 등 예상치 못 한 사고가 발생시 감당할 리스크 부담 탓이다. 최근들어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고 시장도 소용돌이치다보니 은행권은 가상화폐 업무를 두고 신중할 수 밖에 없다.

가상화폐의 가격이 오르고 투자 열풍이 지속되면 수신고 증대에 분명 도움된다.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를 목적으로 들어오는 수신의 경우 대부분이 단기자금이다. 은행 입장에선 장기 운용이 어렵고 가상자산 가격의 급락에 따른 뱅크런 발생에 대한 고민도 있다.

최근 가상화폐 시세는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고 있다. 케이뱅크는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목적의 예금이 많이 늘어난 것을 인지하고, 뱅크런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고객이 가상화폐 투자목적으로 맡긴 예금을 이율은 낮지만 안정적이고 고객의 인출 요구에 언제든지 응할 수 있도록 단기 국공채나 통화안정채권 등 고유동성 자금으로 운용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대규모 사모펀드 사태로 곤혹을 치렀던 은행권이다 보니 자금세탁이나 전산 오류, 해킹 등 보안 사고가 발생시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우려가 크다"며 "거래소와의 제휴가 분명히 이점이 있지만, 리스크를 감안할 때 수수료수입 규모는 그다지 큰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에 완고한 금융당국 

현재 실명계좌를 갖추고 운영 중인 가상자산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이다. 이들 4곳의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60여곳의 가상화폐거래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특금법기준인 정보보호관리체계를 인증 받은 거래소는 20곳에 불과하다. 은행들이 실명계좌 발급을 꺼리면서 이 거래소들중 살아남는 거래소는 드물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기존 사업자가 9월 24일까지 신고를 하지 않고 계속 영업을 하는 경우 불법으로 제재대상이 된다. 신고치 않고 영업하는 거래소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이 주어진다.

때문에 금융당국이 부실 거래소 폐쇄로 인한 시장 자정효과를 노려 중소형 거래소 정리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금법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이 아닌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즉 거래소의 신고와 폐쇄 기준을 담은 법이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9월까지 신고를 마친 가상자산 사업자(암호화폐거래소)를 통해 거래하는 투자자의 투자 자금은 자연스럽게 보호될 것"이라며 "내가 거래하는 업소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거래소가 영업을 중단시 해당 업체에 상장돼 있는 코인들은 폐지 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피해 속출도 예상된다.

박성준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은 "금융당국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요건을 충족치 않는 거래소들에 대해 무조건 폐쇄 조치하는 것은 자칫 투자자의 피해만 키우고 부작용만 야기시킬 것"이라며 "최소한 정보보호관리체계를 인증 받은 20곳에 대해선 유예기간을 더 주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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