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왼쪽부터).[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왼쪽부터).[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1조3800억원 가량의 재산 분할을 결정해 그 후폭풍을 두고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SK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김옥곤·이동현)는 지난 30일 최 회장이 노 과장에서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1심 재판 결과인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665억원과 비교해 대폭 늘어난 금액이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상고를 통해 대법원 판결을 받겠다는 입장이지만 판결을 뒤집지 못할 경우 최 회장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을 통해 1심에서 특유재산으로 판단하고 제외한 최 회장의 보유 지분에 대해서도 재산분할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 SK 지분 특유재산 아냐···비자금·방패막이 기여 인정

재판부는 “SK 가치 증가에 대해서 피고(노소영)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된다”며 “피고는 가사와 자녀 양육을 전담하면서 원고의 모친 사망 이후에 실질적으로 지위 승계하는 등 대체재, 보완재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방패막이 역할 등 무형의 기여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SK 주식은 혼인 기간 취득된 것이고 SK 상장이나 이에 따른 주식의 형성, 그 가치 증가에 관해서 1991년경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 회장의 부친에 상당 자금 유입됐다고 판단된다”면서 “고 최종현 SK 선대 회장이 태평양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이나 이동통신 사업 진출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등 무형의 기여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그룹 지배구조 향방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 회장은 SK지분 17.73%(1297만5472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SK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이 외에도 SK케미탈(3.21%·6만7971주), SK디스커버리(0.12%·2만1816주), SK텔레콤(303주), SK스퀘어(196주), 비상장 SK실트론 지분 29.4%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SK그룹은 최 회장이 SK(주)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SK(주)는 SK텔레콤(30.57%), SK이노베이션(36.22%), SK스퀘어(30.55%), SKC(40.6%)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을 위해 지분 매각 등에 나설 경우 후폭풍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최 회장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SK(주) 지분 25.57% 보유에 불과해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더욱이 과거 ‘소버린 사태’를 겪으면서 최 회장은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선에서 현금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앞서 2003년 외국계 운용사인 소버린은 SK(주) 지분을 14.99%까지 끌어올리는 등 SK 최대 주주로 등극하면서 최 회장의 퇴진 등을 요구했다. 이듬해인 2004년 3월 SK(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끝에 최 회장이 승리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고 3005년 7월 소버린이 SK(주)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경영권 분쟁 사태가 마무리 됐다.

하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 측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35%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이번 이혼 소송 결과가 또 다시 최 회장을 비롯해 자칫 SK그룹에게는 위험 요소로 작용해 제2의 소버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어떤 해법을 마련할 지가 관심다. 먼저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소버린 사태 등을 겪었던 만큼 주식 매각이 아닌 주식담보대출 또는 비 사업회사 지분 매각 등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상장사인 SK실트론의 지분 매각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들리는 이유다.

다행히도 일각에서는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 지분 분할이 아닌 현금 지급으로 명시된 것이 최 회장 측에서는 최악은 피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최 회장 측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지나치게 편파적인 판결이었다며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힌 상태다.

최 회장 변호인단은 공식 입장을 통해 “이번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면서 “항소심 재판부는 처음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듯 그간 편향적이고 독단적으로 재판을 진행해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편파적 판결에 상고···불확실성 확대로 경영에 차질

이들은 “최 회장 측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재판에 임했고 상대방의 많은 거짓 주장에 대해 일일이 반박 증거를 제출하며 성실히 증명했다”면서도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노 관장 측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하나하나 공개했다. 단 하나도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편향적으로 판단한 것은 심각한 사실인정의 법리 오류이며 비공개 가사재판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또 “아무런 증거도 없이 편견과 예단에 기반해 기업의 역사와 미래를 흔드는 판결에 동의할 수가 없다”면서 “특히 6공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뤄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히려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6공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다”면서 “그럼에도 정반대의 억측과 오해로 인해 기업과 구성원, 주주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당했다.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재계 안팎에서는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만큼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는 만큼 양측 모두 법적 대응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최 회장의 개인적 리스크가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룹 차원에서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얘기도 제기된다. 이에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최 회장이 개인적 리스크를 온전히 해소하지 못하면서 향후 경영 활동에 제약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연구·개발(R&D)이나 시설투자에서 위축될 경우 자칫 그룹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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