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돈이 피보다 진할 수 있다는 면모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효성가는 과거 형제들의 후계 구도를 두고 ‘형제의 난’이 벌어지며 몸살을 앓았다. 결국 삼형제 중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은 가족들과 의절하며 발길을 끊었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효성그룹 지분을 전량 매각해 경영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이들 형제간의 미묘한 관계는 조석래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다시 거론됐다. 조 전 부사장은 부친의 장례식만큼은 얼굴을 비쳤다. 물론 그는 유족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자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또다시 긴장감이 흘렀다.

이에 장례식 이후 상속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재계 일각에서는 조 명예회장의 그룹의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해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에게만 지분을 승계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조 명예회장은 눈을 감기 직전 형제들의 화해를 강조하며 조 전 부사장에게도 유류분 이상의 재산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조 전 부사장은 약 1000억원 가량의 재산을 상속받게 됐다. 이를 두고 집안의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더욱이 조 전 부사장이 돌연 입장 발표를 선택하면서 갈등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그는 전액 사회환원과 형제와의 화해하겠다며 손을 먼저 내밀었다. 특히 그는 선친의 뜻에 따라 화해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의 의도가 순순히 화해하겠다는 뜻인지를 두고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 있다.

먼저 조 전 부사장은 공익재단 출연을 통한 상속세 감면을 설명한 바 있어 사실상 경제적 이득을 취하겠다는 뜻으로 비쳐지면서다. 더욱이 그는 비상장사의 지분을 형제들이 인수해 진정한 특수관계인 해소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얼핏 들으면 지분 정리를 마무리해 공익재단의 출연금을 확대하겠다는 뜻으로도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더는 얽히고 싶지 않다는 몸부림으로도 읽혀진다. 화해하겠다는 말이 본심인지에 물음표가 달린 이유다.

효성가 사태는 그간 집안 내분으로만 여겨져 왔지만 이들의 부침으로 인해 경영도 흔들리며 이들을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과 종사자들로서는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형제들은 재판을 진행 중이어서 쉽사리 화해의 손을 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주요 주체로서 화해를 논하기 전에 투자자와 종사자들을 위한 신뢰를 보여주는 노력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email protected]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