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TV홈쇼핑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 6월 TV홈쇼핑협회가 발간한 '2023년도 TV홈쇼핑 산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 업체 7개 사의 총매출액은 5조 5577억원으로 전년(5조 8721억원) 대비 5.4% 감소했다. 방송 매출액도 지난 2019년 이후 꾸준히 하락세다. 영업이익은 3270억원으로 지난해(5026억원)와 비교해 35% 가까이 줄었다. TV홈쇼핑 7개 사의 영업이익이 500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이러한 실적 악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TV홈쇼핑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주된 원인으로 과도한 송출수수료 부담과 TV 시청 감소를 꼽는다. 송출수수료는 방송 채널을 배정받는 대가로 TV홈쇼핑사가 케이블·위성·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매년 지불하는 비용이다. 

방송 매출은 떨어지는데 송출수수료 비중은 계속 늘어나는 게 문제다. 지난해 TV홈쇼핑 7개 법인이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1조 9375억원으로 방송 매출액(2조 7290억원)의 71%에 달한다. 이 비율은 2019년 49.3%, 2020년 54.2%, 2021년 60.0%, 2022년 65.7%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TV 시청자 감소도 영향이 크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가구의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은 2020년 189분, 2021년 186분, 2022년 183분, 지난해 182분 등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어드는 추세다. 이에 홈쇼핑 업계는 탈TV 기조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022년 TV홈쇼핑의 방송 매출액 비중이 49.4%로 사상 처음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상징적이다.

유료방송사업자 역시 TV 시청 인구 감소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어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송출수수료 협상에서 양측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방송이 중단되는 초유의 '블랙아웃' 사태까지 발생했다. 올해도 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료방송업계는 송출수수료가 주요 재원이어서 수수료를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간한 '2023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을 보면 지난해 방송사업 매출액 중 홈쇼핑 송출수수료 비중은 케이블TV 42.2%, 위성방송 36%, IPTV 30.8%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에게는 TV홈쇼핑이 아직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역설적으로 주요 재원이기 때문에 수수료 부담을 낮춰야 한다. 송출수수료 문제는 홈쇼핑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중소기업 협력사의 부담으로 이어져 유통 산업과 방송 산업이 함께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얼마만큼의 금액이든 '0원'보다는 나은 것이 아닌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죽어가고 있다. 죽은 거위는 되살릴 수 없다. 하루빨리 합리적인 수수료 산정방식을 마련해 산업 전체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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