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 호 입항.[사진=한화오션]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 호 입항.[사진=한화오션]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특수선 분야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미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두고 조선업계가 시장 진출에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화오션이 미 현지 조선소를 인수한 이후 첫 사업 수주로 청신호를 켠 반면 HD현대중공업은 한발 뒤처진 상태여서 양사의 승부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2일 국내 최초 미 해군 MRO 사업 수주 성과로 군수지원함인 ‘윌리 쉬라’호가 창정비를 위해 거제사업장에 입항하며 본격 진출을 알렸다. 

이날 입항한 윌리 쉬라호는 해상에서 탄약, 식량, 수리부품, 연료 등을 전투함 등 다른 함정에 보급해주는 역할을 하는 군수지원함으로 배수량 약 4만톤급, 전장 210m, 전폭 32.2m에 달한다. 한화오션은 거제사업장에서 약 3개월간 정비 작업을 진행한 뒤 미국 해군 측에 인도할 예정이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달 29일 미 해군으로부터 군수지원함 창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이는 국내 조선사 중 미 해군 MRO에 시장에 진출한 첫 사례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MRO 관련 기술력을 바탕으로 적기 인도를 통해 K방산의 명성을 이어 나가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 국내 첫 미 함정 MRO 수주 한화 몫···새 도약 발판

이처럼 한화오션이 미 해군으로부터 MRO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서 특수선 사업의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글로벌 MRO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그간 미 해군은 자국 조선업계를 통해서만 진행해 왔지만 미국 조선업계 몰락으로 인해 스스로 해군력 유지 및 증강이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면서 선박 건조 능력이 우수한 우방 국가에게 SOS를 보낸 상황이다. 

실제 미국 조선업은 1970년대 세계 1위였지만 이마저도 쇠퇴하면서 오늘날 19위 수준에 머무르며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이번 미 해군 정비 사업 진출은 새로운 도약의 큰 발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더욱이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을 인수하면서 일찌감치 일반 상선뿐만 아니라 타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위해 방산 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에 한화오션은 잠수함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캐나다를 비롯해 폴란드 차기 잠수함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고 글로벌 최대 함정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진출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한화오션은 호주 방산 조선업체 오스탈 인수를 타진한 바 있고 지난 6월 그룹 차원에서 미국 필리조선소 지분 100% 인수하며 현지 함정시장 진입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미국은 존슨법에 따라 자국 내 조선소에서만 함정 건조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 적극 반영됐다.

더 나아가 한화오션은 협상이 중단된 호주 오스탈에 대해 인수 의지를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어 글로벌 함정 시장에서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물론 미국 및 호주 조선소 인수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추가적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HD현대중공업 역시 미 MRO 사업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이지만 한발 늦었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은 미국과 함정정비 협약(MSRA) 인증을 체결한 만큼 사업 수주에 나설 수 있지만 상업성 등을 고려해 시장 진출을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지난 4일 오전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대화’ 참석 직전 기자들을 만나 “특수선 야드 가동 상황과 수익성을 봐서 조만간 저희도 (참여)할 생각”이라며 “저희가 잘하죠”라고 답변해 한화보다 늦게 미 함정 MRO 사업에 참여하더라도 이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 HD현대중공업도 미 MRO 시장 진출을 통해 북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MRO 시장 진출 조건을 확보한 만큼 수주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게 업계 얘기다.

다만 한화 측과는 다른 시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는 국내 첫 수주라는 상징성을 확보하면서 사업 타당성을 갖추겠다는 취지인 반면 HD현대 측은 수주에서 늦어진 만큼 철저한 수익성을 놓고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필리 조선소[사진=한화오션]
필리 조선소[사진=한화오션]

◇ 사업 추진 방향성엔 시각차···HD현대 수익성 주목

한 업계 관계자는 “미 해군 MRO 사업이 어려 발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미 주요 사업은 발주가 마무리됐고 지금은 동남아 쪽과 경쟁해야 할 정도로 수익성이 높지 않은 사업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HD현대중공업은 올해는 보다는 2025년 경에 수익성이 높은 메인 사업 수주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더욱이 관계자는 “이미 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수주 물량이 꽉 차 있는 만큼 슬롯 문제 등을 고려할 때 MRO 수주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환경도 작용하고 있다”면서 “슬롯 스케쥴에 따라 변동성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사업 추진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속도의 차이일 뿐 양측 모두 미 해군 MRO 시장 진출을 발판으로 현지 시장 공략을 본격화 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수선 사업은 수주 물량이 일반 상선 만큼 물량 확보가 수월하지는 않지만 기술력이 총동원되고 국가간 계약으로 인한 안전한 수익을 보장받는 만큼 조선업계로서는 매력적인 사업이다. 아울러 조선업의 경우 경기에 민감해 사이클이 극단적이라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창출하는 MRO 사업은 특수선 사업뿐만 아니라 기업에게도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77조원에서 오는 2029년 84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미국은 올해 기준 20%를 차지하는 20조원 규모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 사업 비중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오션의 경우 지난해 54억원에 불과했던 특수서사업부 영업이익이 올해 2분기 734억원을 늘었다. 매출도 2429억원에서 3289억원을 확대됐다. 한화오션은 특수선사업부 매출을 오는 2030년 3조원 2040년 7조원 규모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HD현대중공업도 지난 5월 연 매출 1조원 내외로 유지해오던 함정사업에 대해 오는 2030년 연 3조원 규모로, 이후 2030년대 중반에는 5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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