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은행 본점 전경. [사진=광주은행]
광주은행 본점 전경. [사진=광주은행]

[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최근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 금고 입찰에 시중은행뿐 아니라 국책은행까지 뛰어들면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수도권 경쟁 과열로 지방 영업 확대 필요성이 높아진 데다, 금고지기가 되면 대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을 수천억원 단위로 가져올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시금고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안방’까지 위협받고 있는 지방은행들 사이에선 “금고 은행 선정 시 지역사회 공헌도를 더 고려해줘야 한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광주시가 진행한 ‘시금고 지정 신청 설명회’에는 현재 1금고(주금고)를 맡고 있는 광주은행과 2금고 KB국민은행을 포함해 총 11개 금융기관이 참석했다. 

이는 올해 12월31일로 기존 금고 약정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차기(2025~2028년) 시금고 선정을 위한 절차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광주·KB국민은행 외에 NH농협은행이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2금융권에서는 신협, 새마을금고 등이 참여했다. 

광주에 본점 또는 지점을 둔 금융기관으로 1금고에는 은행법에 따른 은행, 2금고에는 1금고 신청 가능 은행과 지역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기관이 신청할 수 있다.

3~4년마다 재선정하는 지자체 금고 은행은 최소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지자체 예산을 전담한다.

광주시는 4년마다 지자체 금고를 재선정하고 있으며 관리해야 할 예산 규모는 연간 8조원대다. 올해의 경우, 일반회계 6조3975억원, 특별회계 1조3793억원, 기금 4332억원 등 총 8조2100억원 규모다.

그동안 1·2금고 구분 없이 일괄 신청받아 1·2순위를 선정하던 통합공모 방식이었지만, 이번에는 각각 신청받아 금고별 선순위 은행을 1·2금고로 선정하는 분리 공모로 변경됐다.

차기 금고로 선정되면 1금고는 일반회계·특별회계(10개)·기금(1개)을, 2금고는 특별회계(4개)·기금(18개)을 관리하게 된다.

광주시는 오는 23~24일 제안서를 접수 받고 내달 금고지정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금고를 지정할 계획이다.

평가 항목과 평가 점수(100점 만점)는 △금융기관의 대내외 신용도·재무구조의 안정성 27점 △시에 대한 대출·예금 금리 20점 △지역주민 이용의 편의성 24점 △금고 업무 관리능력 22점 △지역사회 기여·시와의 협력 7점이다. 선정된 은행은 내년부터 2028년 말까지 시 예산을 담당하게 된다.

이번 선정 과정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건 광주은행이 55년 아성을 지켜낼지 수 있을지 여부다.

광주은행은 지난 1969년부터 광주시 1금고 지위를 유지하며 사실상 독점해왔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도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1금고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진행된 울산시금고 선정 과정에서는 경남은행이 막대한 협력사업비를 써낸 KB국민은행에 밀려 고전한 바 있다. 당시 경남은행은 울산시 협력사업비를 20억원 늘리는 조건으로 1금고를 재유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은행은 이미 지난해 시의회 행정감사에서 전국 특별시·광역시 중 협력사업비가 가장 낮다는 지적을 받은 상태다.

광주은행은 같은 이유에서 지난해 7월 50년간 지속해온 조선대 주거래은행 지위를 신한은행에 뺏기기도 했다. 당시 신한은행은 협력사업비 75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지방에 있는 금고는 그 지역의 지방은행이 한다는 일종의 공식이 있었는데, 이제는 지자체에서 더 많은 요구를 하고 시스템이나 자본력이 훨씬 앞서는 시중은행이 그에 상응하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지방은행들이)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현황. 행정안전부 및 개별 자치단체 참조. [표=염보라 기자]

다음달 사업자를 최종 발표하는 부산시금고의 상황도 비슷하다.

2001년부터 부산은행이 단독 신청하며 시금고를 차지했지만, 이번에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이 출사표를 던지며 24년 만에 첫 경쟁입찰이 됐다. 

부산시는 통상 한 해 예산의 70% 가량인 일반회계와 19개 기금은 1금고에, 나머지 30% 가량인 14개 특별회계 예산은 2금고에 각각 관리를 맡긴다. 올해 부산시 예산 규모는 15조6998억원이다. 한 번 금고지기로 선정되면 4년간 예산을 담당할 수 있다.

앞서 부산시금고에 관심을 둔 은행들은 부산신용보증재단 출연금을 늘리며 지역과의 상생 의지를 피력해왔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부산은행의 2020년 이후 연평균 출연금(101억원)보다 많은 120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IBK기업은행은 대형 지자체 시금고 도전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지방은행 관계자는 “영업을 하면서 (IBK기업은행과)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시중은행과의 경쟁도 어렵지만 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은 중금채·산금채 등을 발행해 더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 자체가 안 된다”면서 “국책은행이 지자체 시금고에 관심을 갖고 공격적으로 한다는 것 자체로 위기감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11월 선정에 나서는 경기도금고 역시 현재 1·2금고지기인 NH농협·KB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IBK기업은행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16개 시·도 1금고의 상당수는 이미 시중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이날 현재 가장 많은 1금고를 확보하고 있는 곳은 NH농협은행이다. 광주은행이 위치한 전라남도, 대구은행이 자리한 경상북도, 경남은행이 있는 경상남도를 포함해 경기도, 세종시, 강원도, 충청북도, 충청남도 금고지기를 맡고 있다.

신한은행은 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 1금고를, 하나은행은 대전광역시 1금고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부산은행이 부산시금고를, iM뱅크(구 대구은행)이 대구시금고, 광주은행이 광주시금고, 경남은행이 울산시금고, 전남은행이 전북시금고를 각각 1개씩 운영 중이다.

이미 지역 기업과 대학의 주거래 경쟁에서 밀린 지방은행 입장에서 대형 시금고 지위까지 뺏긴다는 건 막대한 요구불예금 확보 수단을 잃게 된다는 의미다.

요구불예금 감소세는 이미 시작됐다. 최근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을 포함한 5개 지방은행의 지난해 요구불예금 평잔액은 24조938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조원 넘게 증발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역 대학, 공기업, 대기업들이 시중은행과 주거래 계약을 맺기 시작하면서 이미 지방은행의 요구불예금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면서 “이로 인해 지방은행이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하고 있고, 이는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지역 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로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은행은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이 (시중은행과) 거의 같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높은 비율로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지자체나 대학이 실리를 따지면 자본력이 있는 시중은행을 지방은행이 이겨낼 재간이 없다. 평가 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방은행의 공헌도를 더 고려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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