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LS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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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사장)이 취임 2년반만에 공식석상에 얼굴을 내비치며 3세 경영 본격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호황기에 접어든 전력산업 시장을 바탕으로 계열사 수직계열화,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통해 2030년까지 매출 10조원 달성의 청사진을 내놨다.

LS전선은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밸류업데이(Value up Day)를 열고 해저케이블·데이터센터(IDC) 솔루션 사업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LS전선을 비롯해 자회사인 LS에코에너지, LS마린솔루션, LS머트리얼즈 등 주요 자회사 경영진이 참석했다.

LS전선은 먼저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초고압직류(HVDC) 케이블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장거리 전력망, 해상풍력 투자로 HVDC 수요가 늘고 있지만 공급사는 LS전선을 포함한 유럽과 일본의 소수 업체로 제한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S전선은 향후 경쟁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 글로벌 현지화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LS전선은 미국 최대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확정했고 영국·베트남 사업 확장을 검토 중이다. 미국 공장은 2028년 양산을 목표로 2030년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해, 현지 최대 해저케이블 공급업체로 도약할 계획이다.

◇글로벌 사업자로 우뚝···전기화 메카 트렌드 15년 지속

더욱이 LS전선은 미국에서 대규모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연방정부로부터 9990만달러(약 1321억원) 보조금 지급이 확정된 가운데 버지니아주, 체사피그시에서도 4800만달러(약 640억원) 규모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LS전선은 미국 해저 케이블 시장을 선점하고 전세계 풍력 발전단지 75%가 집중된 유럽도 함께 공략할 방침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AIDC)를 통한 신사업 진출도 집중하고 있다.

이날 취임 2년반만에 처음 공식석상에 얼굴을 내민 구 대표는 “전기화라는 메가 트렌드가 15년 정도는 지속할 것이고 미래가 굉장히 밝다”고 진단하며 “LS전선 상장은 생각하고 있고 그것이 아주 먼 미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현 시점에서 돈을 잘 번다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는 게 우선이고 그 이후 상장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자엽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 대표는 취임 3년차 소회를 묻자 “제 능력과 상관없이 전방시장에 메가트렌드가 생기면서 운이 좋았다”면서 “운을 잡으려면 능력도 있어야 하는데 제가 오기 전 구자열 의장 등 많은 분들의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구 의장에게 공을 넘기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기존 임직원들이 힘든 시기에 계속 기술과 노하우를 축척하며 기회를 잡게 해줘 고맙다”면서 “제가 잘한 건 없고 책임을 느끼며 앞으로 잘 끌고 갔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시종일관 겸손의 자세를 보여줌과 동시에 실적에 대해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그룹의 중추 역할을 도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미국의 제2 내수시장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러기엔 우리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다”면서 “몇달 전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는 등 네트워크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구 대표는 미국 펴듀대 경영학과를 내와 2007년 LS전선 미국 법인으로 입사해 그룹 내 대표 미국통으로도 알려져 있다.

실제 그는 취임전인 2021년 5조85000억원에서 2022~2023년에는 2년 연속 6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영업이익 2325억원으로 전년 대비 60% 가까이 증가하는 저력을 드러낸 바 있다.

구 대표는 수직계열화를 위해 지난해 인수한 LS마린솔루션 대표까지 겸직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그는 “(두 회사를) 따로 볼 수 없고 현 조직처럼 구조적으로 돼야 한다”면서 “한 회사처럼 운영할 수 있도록 대표이사를 맡았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이와 더불어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IRA 폐지 가능성이 나오는 것을 두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미 집행된 정책을 백지화하기는 힘들 것이고 미국은 연방국가여서 (차기 대통령이) 주 정부도 의식해야 한다”면서 “버지니아주도 공화당 집권 주지만 주의 인력 자금 유치 등을 의식해 (LS전선 공장 착공을) 허가했다”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밖에 그는 대한전선과의 해저케이블 기술 분쟁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처럼 구 대표가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재계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LS그룹 후계 구도가 구체화되기까지 아직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지만 누가 차지할지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LS그룹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구태회(셋째), 구평회(넷째), 구두회(다섯째) 등 삼형제가 2003년 출범시켰다. 오너 1세대 경영이 마무리된 2004년부터 2세들이 9년 주기로 그룹 회장직을 맡았다.

구자홍·구자열·구자은 현 회장으로 이어진 ’사촌 경영‘을 밑바탕으로 구씨 일가는 그룹 계열사에 퍼져 각자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지난 7월 9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시 햄프턴 도로계획지구위원회에서 열린 주지사 발표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카렌 메릭 버지니아주 상무부 장관(왼쪽부터),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구본규 LS전선 대표, 심윤찬 LS그린링크 대외협력담당.[사진=LS전선]
지난 7월 9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시 햄프턴 도로계획지구위원회에서 열린 주지사 발표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카렌 메릭 버지니아주 상무부 장관(왼쪽부터),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구본규 LS전선 대표, 심윤찬 LS그린링크 대외협력담당.[사진=LS전선]

구 대표의 부친인 구자엽 LS전선 회장은 LS그룹 회장직에 오르지 못했다. 형인 구자홍 회장이 9년 임기를 마치고 사촌동생인 구자열 LS 의장이 뒤를 이었다. 다만 2013년 그룹 주력 계열사인 LS전선 회장을 맡아 LS전선과 그룹의 전성기를 열었다.

구 대표는 LS전선을 중심으로 LS머트리얼즈, LS EV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어 재계 일각에서는 향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LIG, LS, LX, LF, 아워홈처럼 그룹내부에서도 계열 분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최근 계열분리 요건이 돼도 SK디스커버리처럼 분리보다는 한 지붕 안에 존재하는 경우도 등장하고 있어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 2027년 구자은 회장 임기 만료···자연스러운 세대교체 주목

하지만 마지막 2세대 오너인 구자은 회장의 임기가 오는 2027년 3월까지로 가문 전통에 따라 9년마다 교체된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LS 오너 3세들은 굵직한 계열사를 맡아 가업승계를 위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구본혁 에스코홀딩스 사장, 구본규 LS전선 사장, 구동휘 LS MnM 부사장, 구본권 LS MnM 전무다. 이들은 사촌 지간이며 구동휘만 할아버지가 다른 6촌이다.

이중 구본혁 사장이 1977년생 만 47세로 맏형이다. 구본규 사장은 1979년생으로 두 살 어리다. 구동휘 부사장은 1982년생이며 구본권 전무는 1984년 생이다.

이에 대해 LS그룹 측은 아직 현 구 회장의 임기가 상당한 기간 남아 있는 만큼 누가 그룹을 이끌어 갈지를 가늠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LS그룹은 어려운 시기를 벗어나 업황 호황 등에 힘입어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면서 “구자은 회장이 신사업으로 주목한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완성될 경우 사촌 경영을 토대로 각자의 영역 구축을 통한 사실상의 계열분리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관계자는 “LS그룹은 가문 차원에서의 역량 확대를 위해 쪼개지기 보다는 한 지붕아래애서의 공생을 모색할 가능성도 크다. 이제는 누가 알짜 계열사를 확보하느냐가 관심사가 아니겠냐”고 견해를 밝혔다.

그럼에도 구본규 대표가 전면에 나서면서 입지를 넓히고 있어 LS전선을 통한 그룹내 영향력을 키워나갈 가능성도 크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LS전선이 업황 호황으로 꾸준히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장원 BNK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산업 트렌드 변화와 경기 둔화 국면에서 인프라 투자가 전력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축적된 수주 경험과 생산 시설 확충은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또 “인프라 투자가 전력계통에 집중될 가능성이 커 LS의 수혜는 지속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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